생활정보

카르보나라 스파게티

행운가시꽃 2023. 1. 6. 09:27

카르보나라 스파게티

한 퀴즈 프로그램에서 카르보나라의 어원이 문제로 나온 적이 있다. 참고로 이 문제는 프로그램 역사상 가장 높은 오답률을 기록했다

그럼 먼저 카르보나라에 대해 알아보기로 합시다.

카르보나라라는 명칭의 구체적 유래에 관해서는 다양한 설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흑후추가 많이 뿌려진 모습으로부터 음식에 숯이나 석탄 가루가 뿌려진 것을 연상하여 '숯쟁이 풍'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설,
 같은 이름의 로마 레스토랑에 의해 대중화된 요리라서 카르보나라로 불리게 되었다는 설등이 있다.

카르보나라라는 이름의 요리는 제2차 세계 대전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1950년대 이후 신문, 영화, 요리 서적 등 매체로부터 카르보나라를 찾아볼 수 있다.
 사실 이전에 카르보나라와 유사한 요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세기 이후의 문헌에서 발견되는 파스타 카초 에 우오바(pasta cacio e uova, 치즈와 계란 파스타)는 돼지기름과 치즈, 계란을 사용하는 파스타 요리로 카르보나라와 조리 방식이 상당히 흡사하다.

현재 전해지는 형태의 카르보나라를 최초로 발명한 요리사는 볼로냐의 셰프 레나토 괄란디(Renato Gualandi, 1921~)이다.
 관련 기사 레나토 괄란디는 1944년 9월부터 1945년 5월까지 연합군의 요리사로 활동한 인물이다.
 그는 1944년 연합군이 리치오네 지방을 탈환한 것을 축하하는 연회에서 최초로 당시 군용 저장식품과 인근 마을의 물자를 활용하여 이 요리를 선보였다고 증언했다.

이후 약간의 과도기를 거쳐 오늘날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카르보나라 레시피가 정립된 것으로 보인다.
이 요리에 대해 '카르보나라'라는 명칭이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초반 이후로 확인된다.

이탈리아의 레시피는 관찰레와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만 사용하거나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를 일정 비율로 섞어 쓴다. 
관찰레는 편의상 판체타로 대체하기도 한다. 파스타에 염장육 대신 베이컨을 쓰는 것은 소스에 훈제 향이 배기 때문에 이탈리아의 현지 방식에서 멀어진다.

한편 국내에서는 이탈리아식 염장육이나 치즈를 구하는 것이 어렵다보니 베이컨과 치즈 가루를 사용하는 레시피가 비교적 흔하다.
 양젖 치즈인 페코리노 로마노와 염장육인 관찰레를 쓴 카르보나라는 파마산 치즈 가루와 베이컨으로 대체한 경우와는 맛이 많이 다르다.
 베이컨 등 대체 재료를 쓰는 레시피는 아메리칸 카르보나라라고 하여 이탈리안 레시피와 구분짓는 편이다.

이탈리아와 미국을 중심으로 유명해진 요리이며 지역에 따라 레시피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 
관찰레, 판체타를 베이컨으로 대체하는 것 이외에도 소스에 크림을 첨가하거나[2] 버섯, 브로콜리 등 추가 재료를 넣기도 한다.

카르보나라의 소스는 염장육에서 나온 기름과 계란 노른자가 핵심으로 마요네즈와 비슷하다.
 유화를 일으켜서 소스를 만든다는 점도 유사한 부분이다.

주키니 호박을 사용하는 카르보나라 디 주키니(carbonara di zucchine)는 관찰레, 판체타 등 염장육을 쓰는 대신 주키니를 볶은 올리브유와 면수, 계란, 치즈만으로 소스를 만든다. 
치즈를 듬뿍 넣어서 농도를 잡는다.

돼지고기의 기름 + 계란 노른자 + 치즈 등 지방이 아주 많이 들어가는 요리이다.
 후추가 많이 들어감에도 한국인의 입맛에는 느끼할 수 있다. 정 느끼하다면 후추의 양을 더욱 늘려보자.

 

기름이 엄청많은 볼살 햄, 구안찰레(Guanciale)[2]를 녹여서 갈아놓은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와 푼 날계란을 함께 섞은 뒤 후추로 맛을 내어 만든다.
 낙농업이 발달한 산악지대에서 햄은 상비식품이고 (그것도 가격이 안 나가는 기름햄.), 치즈 또한 저장식품이고, 계란은 아침마다 조달이 가능한 식품이니 결론적으로 산동네 라이프에 절대로 특화된 파스타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조리법 자체는 간단한 편인데 은근히 실패율이 높은 요리이다.
 생계란을 익히지 않고 소스화 시키는 기술이 난관이기 때문이다. 기름이 식거나 모자라면 뻑뻑하게 만들어지고 반대로 기름이 너무 뜨거우면 소스가 되기 전에 계란이 익어버려서 괴상한 식감이 된다.
 또한 계란이 신선하지 않으면 비린맛이 나서 요리 전체를 망쳐버릴 수 있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계란 자체가 카르보나라 맛의 포인트가 된다.

계란의 고소한 맛이 특징이기 때문에 간혹 조리의 융통성을 위해 크림을 눈치 못 챌 정도로 살짝 넣기도 한다. 
다만 미국인들이 이걸 전수받고는 취향에 맞춰 크림을 왕창 쏟아넣은 크림 파스타로 마개조하였고, 이런식으로 만들어진 걸 한국과 일본 등지로 퍼트리고 만다.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