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드(Sous-vide)란
수비드(Sous-vide)는 프랑스어로 “진공 상태”를 의미한다. 수비드는 재료를 진공포장하여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수조안에 넣고 오랜 시간 저온 조리하는 기법이다. 재료나 용도에 따라 온도를 다양하게 조절해가며 조리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1799년 영국의 벤자민 톰슨(Benjamin Thompson) 백작이 처음으로 수비드라는 방법을 이론적으로 고안하였다. 다만 당시 기술로는 요리에 드는 비용과 시간 등이 실용적이지 못했기 때문에 묻힌 것으로 보인다. 이후 1960년대부터 수비드 이론을 흥미롭게 생각한 미국의 식품 회사 퀴진솔루션에서 프랑스 요리사 브뤼노 구소(Bruno Goussault)를 수석 연구가로 영입했다. 구소는 1971년에 실질적인 수비드 조리법을 완성하였고, 1974년에 역시 프랑스 요리사인 조르주 프랄뤼(Georges Pralus)가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수비드 조리법으로 요리한 푸아구라를 선보였다.
요리와 과학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분자요리와도 접점이 있다. 다른 생소한 분자요리의 기법들에 비하면 수비드는 현대요리 전반에 걸쳐서 널리 연구되고 있는 분과에 해당한다. 원심분리기, 급속동결 및 파쇄기 같은 어려운 도구가 없어도 밀폐 및 적정 온도 유지만 가능하다면 대체할 수 있는 일상적인 수단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비드 역시 어디까지나 엄밀한 과학적 기반 위에서 성립하는 기법이기에, 재료의 물성에 대한 이해와 목표하는 질감을 위해 필요한 온도, 가열시간을 잘 감안하지 않으면 성공적인 결과를 얻어낼 수 없다. 너무 대충 만들다가는 질감도 불만족스럽고 식중독균이 오히려 증식한 위험한 요리를 먹게 될 수 있으니 주의.
수비드 방식은 수조안 물의 온도를 끓는점 이하로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육류의 경우 보통 섭씨 54도에서 71도 사이, 채소의 경우 88도에서 조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장시간 조리를 하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 육류처럼 질긴 재료도 입에서 살살 녹을 만큼 연하게 조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 셰프가 아닌 일반인들도 말이다. 또한 재료 자체의 영양소와 맛이 고스란히 보존되기 때문에 더욱 촉촉하고 뛰어난 풍미의 요리를 완성할 수 있다. 수비드로 골고루 부드럽게 조리된 육류와 채소는 마지막 단계로 센 불에 살짝 구워 표면에 먹음직스러운 색감과 불향을 입힌다.
수비드 기계의 역사
최초의 수비드 기계는 1960년대, 미 항공우주국 NASA가 우주 항공사들을 위한 진공포장 식사를 연구하던 중 개발되었다. 이 기술은 70년대, 아방가르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일부 프랑스 셰프들에 의해 전문 주방에 소개되었다. 가정용 수비드 기계가 대중화되었던 것은 2010년으로 인기 TV 시리즈 ‘마스터 셰프’에 소개되면서부터였다. 전문 주방용 수비드 기계보다 용량이 훨씬 작아 가정에서 사용하기에 적합하고 순환식 항온기와 진공포장 기계는 주방용품 전문점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